[가슴으로 읽는 시] 올렛길
올렛길
하루 종일 바다가 와서 촐랑이는 야트막한 초가집 돌담 밖에 올렛길, 노란 유채밭길을 가노라면 멀리 눈 덮인 한라산(漢拏山) 머리 눈 녹는 소리에 하르르하르르 시나브로 지는 유채꽃 꽃잎 사이로 다복다복 솔나무 숲이 바라다보이고, 이따금 고기잡이배들이 하얀 물살을 가르는 푸르기만 한 쪽빛 바다가 나는 마냥 좋았다.
―한기팔(1937~ ) ▲일러스트 : 이철원
제주도에는 봄이 왔나 보다. 지인들이 유채꽃밭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왔다. 쪽빛 바다를 목도리처럼 두른 섶섬과 눈 덮여 이마가 하얀 한라산도 사진으로 찍어 보내왔다. 북향하며 봄이 올라오고 있다.
잔파도 소리가 야트막한 초가집 마당까지 밀려오고 있다. 돌담에는 고운 햇살이 쌓이고 있다. 유채밭에는 누군가 노란 물감을 확 쏟아 놓았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한라산 높은 봉우리에는 눈이 쌓여 은빛으로 빛난다. 저 멀고 높은 한라산 눈이 녹는 소리에 이곳 유채꽃의 얇고 보드랍고 노란 꽃잎이 하르르하르르 떨어진다.
저 먼 제주도의 바다와 한라산과 벌판의 봄이 이곳까지 소포로 배달되어 오는 듯하다. 곧 아지랑이가 아물아물 피어오르고, 봄이 곳곳에 필 것이다.
문태준 시인 [출처]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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