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조] 바이스 플라이어
바이스 플라이어
자꾸만 흔들려서 내 몸이 헐거울 때 고된 삶 힘들어서 이탈하고 싶을 때 어느새 단걸음에 와 지탱해준 그대여
감미로운 그 입술에 송두리째 갇혀서 놓아주지 않기를 바라며 살아온 생 한 번쯤 바스라져도 참, 좋았을 순간들
일상의 언저리가 녹슬고 닳아져서 날마다 그대 입술 꿈꾸며 살고 있어 가슴이 무너져 내릴 때 찾아오는 슬픈 사랑
-김강호(1960~ ) ▲일러스트 : 김성규
지금은 우주의 커다란 손이 봄을 풀어 내릴 때. 계절을 조이고 푸는 크나큰 손의 위업을 새삼 느끼는 즈음이다. 그런 속에서도 자꾸 헐거워질 때가 있다. 이 궤도를 소리 없이 '이탈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때마다 느슨해진 것들을 정신이 번쩍 들도록 비틀고 조이는 또 다른 손 같은 '바이스 플라이어'. '녹슬고 닳아'진 것들이야말로 그 공구(工具)의 입술에 갇힌 채 조임을 받아야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이완을 새로운 긴장으로 재무장시키는 자신만의 '바이스 플라이어'. 우리 일상에서도 뭔가 헐거워진다 싶으면 다시 조이는 비장의 무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도처에 터지기 시작한 꽃 사태에는, 그 앞에서 도리 없이 '가슴이 무너져 내릴 때'에는, 어떤 '바이스 플라이어'를 대령해야 할까.
정수자 시조시인 [출처] 조선닷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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