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 냉이꽃
▲일러스트 : 송윤혜 | 냉이꽃
박카스 빈 병은 냉이꽃을 사랑하였다 신다가 버려진 슬리퍼 한 짝도 냉이꽃을 사랑하였다 금연으로 버림받은 담배 파이프도 그 낭만적 사랑을 냉이꽃 앞에 고백하였다 회색 늑대는 냉이꽃이 좋아 개종을 하였다 그래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긴 울음을 남기고 삼나무 숲으로 되돌아갔다
나는 냉이꽃이 내게 사 오라고 한 빗과 손거울을 아직 품에 간직하고 있다 자연에서 떠나온 날짜를 세어본다 나는 아직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송찬호(1959~ )
하얀 냉이꽃이 피어 있다. 냉이꽃에 대한 사랑의 고백은 계속 이어진다. '박카스 빈 병'과 '슬리퍼 한 짝'과 '담배 파이프'와 '회색 늑대'는 냉이꽃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한편 시인도 부탁받은 물품들을 시장에서 구입해 냉이꽃에게로 얼른 돌아가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미뤄두고 있다.
문명은 발달하지만 세계의 근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지는 병들고 도시는 비만해"졌다. |
세계의 근심이 사라지려면 우리는 냉이꽃에게로 돌아가야 한다. 냉이꽃은 자연의 세계이고, 자연은 순수와 신생(新生)의 세계이다. 냉이꽃은 우리가 발명해야 할 사랑과 조화 그것이다.
문태준 시인
[출처]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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