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시2

봄밤

무너미 2016. 5. 16. 07:00

 

[가슴으로 읽는 시] 봄밤



일러스트 : 송준영

봄밤

 

안동 살 땐 친한 친구가 툭하면 서울 가는 것 같더만

서울 와서 살아보니 그 친구 자주 안 오네

 

서울 와 살아보니 서울 친구들도 다 이해가 가네

내 안동 살 땐 어쩌다 서울 오면

술자리 시작하기 바쁘게 빠져나가던 그 친구들

그렇게 야속해 보이더니만

서울 살아보니 나도 술자리 시작하기 무섭게

자꾸만 시계를 들여다보네

 

안동 어디 사과꽃 피면 술 마시자던 그 약속 올봄도 글렀네

사과꽃 내렸다는 소식만 날아드는 봄밤

 

안상학(1962~ )


안동에 살던 시인이 서울에 올라와 살면서 느끼는 소회가 남다르다. 안동에 살 땐 서울 친구들의 인심이 박해 보여서 섭섭하고 또 언짢더니 막상 서울에 와 살아보니 이해가 가더라는 것이다. 처해 있는 그 입장(立場)이 충분히 이해가 되어서 서운한 마음이 사라지더라는 것이다. 서울에 와 살아보니 빨리하도록 재촉하게 되고, 공대(恭待)하지 않고, 다정함이 사라지더라는 것이다.


그러나 봄밤 다 지나가기 전에 보고 싶은 사람 있으면 얼굴 보고 살 일이다. 봄 다 지나가고 사과꽃 다 내리기 전에 그동안의 일에 대해 말을 나누자. 서로에게 너무 늦지 않게, 무정하지 않게 곁을 주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문태준 시인

[출처]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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