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조] 머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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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이철원 |
머리꾼
비실비실 봄비가 저 혼자 찾아온다 오리길 마다 않고 아침부터 찾아온다 한 시간 가위질에도 아무 말을 안 한다 갑장인 오년 단골 속은 이미 간장게장 한눈에 알아버린 영감탱이 바람기 그 마음 만지작댈 뿐 허공만 잘라낸다 이심전심 이럴 땐 매운 거 같이 먹고 이욕저욕 남발하며 눈물 콧물 쏙 빼는 거 여자는 여자가 안다 오늘 난 심리치료사!
―이명숙(1958~ )
뜻은커녕 발음도 힘든 국적불명 이름들 넘치는 판에 '머리꾼'이라니! 우리말의 즐거운 다듬기다. 그 '머리꾼'은 '비실비실 봄비'처럼 '오리길 마다 않고' 찾아든 머리를 다듬고 있다. 짐짓 '허공만 잘라낸다'지만 머릿속까지 '만지작댈' 줄 아는 자칭 '심리치료사'. '갑장인 오년 단골 속은 이미 간장게장'이라니 문드러진 속사정쯤 훤히 알아도 모르는 척 '가위질'만 한다. |
그래도 가라앉지 않는 속은 '이욕저욕 남발하며 눈물 콧물 쏙 빼는' '매운 거 같이' 먹기로 푼다. '여자는 여자가 안다'고! 여자라 다듬을 줄 아는 이심전심 마음길이 오늘따라 붉다.
정수자 시조시인
[출처]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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