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시조

개구리 소리

무너미 2016. 7. 15. 06:43

[가슴으로 읽는 시조] 개구리 소리


일러스트 : 이철원


개구리 소리

 

참으로 오랜만에

날아온 엽서(葉書) 같은

 

마당으로 뛰어든 청개구리 한 마리

 

마음 속 고요를 열고

첨벙 운()을 던지네.

 

들어도 또 들어도

늘 그리운 파문으로

 

뼛속까지 저려오는 일획의 전언(傳言)처럼

 

무심의 이마를 치는

저 서늘한 여름 무늬.

 

김종목(1938~ )


개구리 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다. 하지만 다 그렇듯 떼가 심하면 공해다. 장마 장대비가 잠시 쉴 때 와글와글 몰려오던 개구리 소리. 그 속에 간간이 섞여 튀던 맹꽁이 소리까지 정겨운 음악이었다. '들어도 또 들어도/ 늘 그리운 파문으로' 찾고 싶은 시골 여름의 서정적 문양이었다. 내 마음이 시끄러우면 그 또한 소음이지만 말이다.

 

그런 개구리가 '마당으로 뛰어든'다면 오랜만에 '날아든 엽서'보다 반갑겠다. 파르라니 실핏줄까지 비치듯 청신해지는 마음 자락. 그 자리에 '첨벙 운을 던지'니 여운도 긴 고요의 파문이다. '무심의 이마를 치는' 오래 들어도 좋은 '서늘한 여름 무늬'가 아직 곁에 있어 다행이다. 황소개구리 속의 토종 개구리들. 수원청개구리처럼 모셔야 할 종도 있다. 푹푹 찌는 더위 속 개구리처럼 시원한 물에나 들어앉고 싶은 나날이다.

 

정수자 시조시인

[출처] 조선닷컴


'詩, 詩調. 童詩, 漢詩 > 가슴으로 읽는 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동 측백수림  (0) 2016.07.29
하모니, 하모니카  (0) 2016.07.22
覺淵寺(각연사) 오디  (0) 2016.07.09
사는 게 詩詩하네  (0) 2016.07.01
반소매 수의―접경 시편 5  (0) 2016.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