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시조

장단콩

무너미 2016. 12. 2. 22:24

[가슴으로 읽는 시조] 장단콩


일러스트 : 박상훈    


장단콩

 

아슴푸레 안개 걷는 등창이 난 산등성이

DMZ 서 말 닷 되 가을볕도 쏟아지고

깍짓동 자차분하게 들여놓고 여 보란다

 

10월 하늘 휘익 돌아 바닥에 철썩 치면

숨죽이다 놀라 내닫는 고라니 눈망울같이

노란 콩 튀어 오른다, 강을 흔든 쏜살같이

 

서로는 갈라진 하나 가깝고도 먼 지뢰밭

아는지 모르는지 콩당콩당 장난기 서린

굴러도 눈치야 빠른 통일촌의 여문 콩알

 

조성문(1965~ )

 

장단콩축제 후문은 늘 훈훈하다. 'DMZ' 그 비무장의 가을볕이 '서 말 닷 되'나 쏟아 부었으니

콩들도 저를 안 익힐 리 없었겠지만. 그러니 '깍짓동 자차분하게 들여놓고 여 보란' 듯 으스대더라도 부듯하고 든든하다.


그런 '고라니 눈망울같이' 어여쁜 해콩들이 '콩당콩당'이 임진벌을 거슬러 오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때는 '통일촌의 여문 콩알'이 남기는 눈치 같은 씁쓸한 뒷맛은 되작일 필요도 없으리라. 이쪽 저쪽 편 가를 때 더 눈치 보며 살아냈을 접경의 탄식 따위도 훌훌 털 수 있겠다.

 

박제된 '통일' 구호나 철새처럼 치고 가는 접경지역. 금 그은 길은 언제나 활짝 열릴지. 콩장처럼 졸여온 금단의 세월이 어지간히도 길다.

 

정수자 시조시인

출처 : http://new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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