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조] 뒤풀이
뒤풀이
기억할까 수줍은 술잔을 건네면서 서로에게 넘치거나 꽝꽝 언 마음이거나 한때는 눈 안에 들려고 까치발로 발돋움했던
믿을 것이 못 되는 서너 가지 기억에 취기의 살가움은 오래도록 생생하고 쌀밥도 꼭꼭 씹으면 좋은 안주 된다는 것
출처가 불분명한 인연에 매달려서 있는 듯 없는 듯 보호색 띠고 앉았다가 슬며시 눈치 채지 못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옥영숙(1959~ ) |
뒤풀이는 때때로 부록이 아닌 본책 같다. 밥자리 약속도 뒤풀이가 더 커지기 일쑤다. 본말 전도의 공유는 어색한 간격 잘 지우는 술의 기술 덕이다. '서로에게 넘치거나 꽝꽝 언 마음이거나' 눙치기는 술의 오랜 권능. 그만큼 사달도 많아 추행은 후문의 파도를 탄다. '믿을 것이 못 되는' 기억에 섞인 뒷담조차 당자에겐 치명적이니 모두 제멋대로 풀이 탓이다.
뒤풀이가 업무의 연장일 때는 어떤 '눈 안에 들려고' 애쓰는 '까치발'도 많다. 장기 펼칠 기회에 튀는 것은 재바른 생존 본능이겠다. 물론 '있는 듯 없는 듯 보호색 띠고 앉았다가' 슬며시 빠지는 어수룩이 숫보기도 아직은 꽤 있다. 그런 밤 절룩이는 발소리로 더 어둡고 길던 골목은 조금 환해졌을까.
정수자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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