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조] 월정리역에서
월정리역에서
갈대들이 울어쌓던 저 너른 철원 벌에
피울음을 토하던 그날의 외침마저
녹슬은 메아리가 되어 떠날 줄을 모르고
기적 소리 멈춰 선 지 반백이 넘었는데
아직도 북녘에선 피붙이의 앓는 소리
"철마는 달리고 싶다" 원산 거쳐 유라시아!
―김월준(1937~) …철원역↔월정리역↔가곡역…. 월정리(月井里)역에는 많은 게 멈춰 있다. 시간과 역사와 자유와 기다림 등등. 1950년 폐역 후 민통선 이북에서 늙으며 이산의 한을 들려준다. 경원선 개통(1914년) 후 많은 사람 오가던 너머로 새들만 넘나든다.
바로 다음 가곡(佳谷)역만큼이나 끌리는 이름 월정리역. 때때로 사람들이 찾고 끊긴 철로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더 이상 못 가는 안타까움이 거기서는 한층 절실해진다. 남북을 마음껏 달리던 우렁찬 '기적'은 언제나 다시 들을까. 그 소리 '멈춰 선 지/ 반백이 넘었는데' 그러고도 십칠 년이 더 지났는데 기적은 여전히 가마득하다.
철커덕 철커덕, "철마는 달리고 싶다"! 도처에 메아리치는 환청이 하루빨리 현실이 되길 빈다. 그래서 월정리역에 서면 절로 불끈 외치게 된다. 우리도 어서 멀리 달리고 싶다. '원산 거쳐 유라시아'로!
정수자 시조시인 |
'詩, 詩調. 童詩, 漢詩 > 가슴으로 읽는 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봉선 (0) | 2017.06.16 |
---|---|
한겻 (0) | 2017.06.09 |
비비추 잎차 (0) | 2017.06.02 |
봄날은 간다 (0) | 2017.05.26 |
무의탁 못 (0) | 2017.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