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동시2

가을은

무너미 2017. 10. 19. 09:54


[가슴으로 읽는 동시] 가을은

 

가을은

 

꽃이

예쁘지 않는 일은 없다.

열매가

소중하지 않는 일도 없다.

 

하나의 열매를 위하여

열 개의 꽃잎이 힘을 모으고

스무 개의 잎사귀들은

응원을 보내고

 

그런 다음에야

가을은

우리 눈에 보이면서

여물어 간다.

 

가을이

몸조심하는 것은

열매 때문이다

소중한 씨앗을 품었기 때문이다.

 

정두리(1947~ )

가을이 몸조심을 한다고? 단풍이 아름답기만 한데 무슨 몸조심? 아니야, 몸조심해야지. 씨앗을 품었으니까. 어머니도 우리를 뱃속에 품었을 때 얼마나 조심했다고. 가을은 어머니 같구나. 그렇고말고. 소중한 열매를 품고 있으니. 열매를 위한 꽃의 보살핌은 살뜰하다. 꽃잎은 힘을 모으게, 잎사귀는 응원하게 했다. 새콤달콤한 상상력이다. '열 개, 스무 개'는 여럿이 나섰음을 뒷받침하는 시어로 맛깔스럽다. 그렇게 열매가 영그는구나. 가을이 여무는구나. 가을은 이렇게 우리 눈에 존재감을 드러낸다. 뚜렷한 존재감은 혼신의 노력 뒤편에 서 있다.

 

박두순 동시작가

출처 : http://new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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