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겨울나무
겨울나무
넌 해낼 줄 알았어!
모진 찬바람에도 꼿꼿이 서 있는 네 모습은 추워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당당해 보이던 걸.
왜 그랬는지 이제야 알겠어
솜털처럼 여린 꽃눈! 네가 품은 그 꽃눈 때문이란 걸.
ㅡ박영애(1971~ ) 찬바람도 세차서 매섭게 추운 요즘 같은 날이었을 게다. 시인은 앙상한 나무를 바라보며 생각의 두레박질을 하고 있다. 나무는 추위에도 웅크림이 없구나. 오히려 꼿꼿하네. 어쩌면 저럴까? 알겠다. 여린 꽃눈을 품고 있어서다. 꽃망울 하나라도 떨지 않게 하려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꽃눈에다 잔뜩 힘을 주고 있을 거야. 겉으론 태연하고 당당해 보이지만. 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되지. 어린 것들이 거친 추위의 강을 무사히 건너게 하려면…. 그러니까 '넌/ 해낼 줄 알았어!' 시인이 풀어낸 한 가닥씩의 생각이다. 모든 동식물의 새끼 보호 본능은 눈물겹고도 경이롭다. 겨울아, 이런 나무에겐 눈보라의 가혹함을 조금이라도 에누리해 다오.
박두순 동시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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