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춘화도(春畵圖)의 으뜸 사시장춘(四時長春) [사시장춘(四時長春)] 전(傳)신윤복 / 지본담채 / 27.2 x 15.0 / 국립중앙박물관
멀리 계곡과 폭포가 보이는 한낮, 한적한 후원 별당의 장지문은 굳게 닫혀있고, 술 쟁반을 받쳐 든 계집종이 엉거주춤 서 있다. 툇마루에는 두 켤레 남녀의 신발이 놓여있고, 기둥 뒤에는 봄날을 암시하듯 꽃이 활짝 피어있는 그저 밋밋한 그림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참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폭포수와 웅덩이를 그린 원경(遠景)의 숨은 뜻에 저절로 미소가 번짐과 동시에 마루에 놓여 있는 신발에 눈길이 간다. 신발은 원래 마루 아래 있어야 하는데, 더군다나 두 켤레의 신발중 여자의 것은 가지런한 데 비해, 남자의 것은 한 짝이 비뚤게 놓여 있다.
한적한 후원 별당의 장지문이 굳게 닫혀있고, 댓돌위에는 가냘픈 여자의 분홍 비단신 한 켤레와 너그럽게 생긴 큼직한 사나이의 검은 신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장면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아무 설명도 별다른 수식도 필요가 없다. 그것으로써 있을 것은 다 있고, 될 일은 다 돼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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