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 지나치지 않음에 대하여
일등 말고 중간쯤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일등, 세계 최고, 일류를 강조하는 세상이다. 본인은 아니었어도 자녀는 일등을 하라고 내몬다. 그러다가 화를 자초하기도 한다. 세속을 떠날 수 없는 범인(凡人)들에게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데 그들만이 살아남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서열이 있는 한 반드시 중간이 있고 꼴찌가 있는데 그들은 다 죽는다는 말 같아 아프다. 실은 모두가 일등이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각자의 생(生)인데 그들이 몇 등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인가. 그런 맥락에서 초등학교 졸업이 최종 학력인 김기덕 감독의 소식은 통쾌하다(일등상이 아닌 황금사자라는 상 이름은 얼마나 멋진가!).
시도 예술도 깊이 대신 번쩍번쩍 기교가 늘어간다. 이목을 끌기 위해서다. 대교약졸(大巧若拙·매우 교묘한 솜씨는 서투른 것같이 보인다)이라고 했던가. '찻잔의 온기' 같은 이 담담한 시의 풍경과 진술 속에서 평범함의 위안과 휴식을 구한다. (조선일보 9월 17일)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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