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조] 묵계(默契)
묵계(默契)
뭔가 있지 싶은 우수절(雨水節) 이른 아침 신선한 한 젊은이 모자 벗어 손에 들고 한 발짝 물러선 곳에 다수굿한 새색시.
그들은 의논스레 날 넌지시 건너다보고 나는 벌써 요량한 듯 가벼이 점두(點頭)했다 그렇지, 까치저고릿적 그 전부터의 친구들.
하여, 내 하늘 한 귀에 둥지 틀고 두세 마리 새끼 쳐서 요람 위에 얹어 두고 신접 난 젊은것들은 죽지 쉴 새 없구나.
어제 저 어린것들 내 너머로 날려 보내고 저것들도 머리 세어 제 곳으로 돌아가면 난 다시 대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겠지.
―장순하(1928~ )
우수(雨水)가 지나면 봄빛이 한층 선명해진다. 깊은 골짝에도 얼음 깨우는 물소리가 맑고 높다. 봄의 '신접(新接)'들이 곳곳을 털고 여느라 분주하다. 봄의 권속(眷屬)에 드는 일은 다 신접살림이다. 겨울잠에서 먼저 깨는 복수초며 실눈으로 경칩(驚蟄)을 기다릴 개구리도 곧 새로운 살림을 차릴 것이다. 그럴 즈음에 '까치저고릿적 그 전부터의 친구들'의 신접을 맞으면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
그 모두가 '내 하늘 한 귀퉁이에 둥지 틀고' '죽지 쉴 새 없'이 드나드는 게 봄이다. '삼포'세대도 '포기 대신 죽기 살기'로 부디 신나는 신접 많이 차리기를! 정수자·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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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좋은 글
마음의 자유
근심을 품고 사는 삶은 삶을 황폐하게 만들고 하루하루를 우울하게 만듭니다.
근심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생각의 쓰레기일 뿐 입니다.
미련없이 휴지통에 버려 버리십시오. 마음의 자유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 김이율, ‘마음한테 지지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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