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서로 몰라요
서로 몰라요
아이는 아이끼리 서로 몰라요 누가 오늘 이 만큼 몸이 컸는지
나무는 나무끼리 서로 몰라요 누가 오늘 이만큼 키가 컸는지
흰 구름 나란히 떠내려가면 가는지 서는지 서로 몰라요
웃으며 노래하며 어깨를 겯고 나란히 크느라 서러 몰라요
-최영재(1947~ )
정말 맞다! 아이들과 나무들은 나란히 크느라 서로 모른다. 흰 구름도 나란히 흐르느라 서로 모른다. 누가 얼마큼 컸는지, 누가 얼마큼 앞섰는지 서로 모른다. 나란히 햇볕을 받고 나란히 하늘을 머리에 이고 나란히 클 뿐이다.
어른들은 누가 얼마큼 컸는지 앞섰는지 견주고 재어 보지만 아이들과 나무들은 다르다. 다정히 어깨를 겯고 웃으며 노래하며 나란히 큰다. 서로 밀어내거나 끌어내리지 않고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자란다. 서로 모르는 사이에 옷이 터질 듯 몸집이 훌쩍 커지고 하늘을 푸르게 덮어버릴 듯 성큼 자란다. 그러기에 크는 아이들과 나무들과 흘러가는 흰 구름을 보면 언제나 눈이 부시고 가슴이 설렌다.
이준관·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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