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나 거꾸로 들고 톡톡 털면
나 거꾸로 들고 톡톡 털면
흠흠 무슨 향기 아, 이웃집 아줌마들이 들깨를 털고 있네 인사하는 내 손 잡으시며 어디 우리 보현이도 한번 털어 보자 고소한 깨 소소소 쏟아지나 보자 깔깔대며 도망치면서도 궁금하네 나 거꾸로 들고 톡톡 털면 잘 여문 씨앗 얼마나 쏟아질까?
―이화주(1948~ )
가을에 들녘에서 사람들은 머리에 깻단을 이고 온다. 하늘처럼 소중히 심고 가꾼 것이라서 하늘을 이고 오듯 머리에 이고 오는 것이리라. 잘 마른 들깨를 털면 가을 햇살처럼 오소소 깨가 쏟아진다. 들깨를 심고 가꾼 사람들의 이마에 맺히던 땀방울 같은 들깨가 쏟아진다. 들깨 향기는 가을 들녘 사람들의 땀의 향기다.
들깨를 털며 아이에게 장난을 거는 아줌마들의 말에서 가을의 넉넉함과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코를 간질이는 고소한 들깨 향기와 왁자지껄한 타작마당의 흥겨움도 묻어난다. 익어가고 여물어간다는 것, 그것처럼 가슴 설레는 일이 어디 또 있을까. 그래서인지 가을엔 익어가는 빛깔과 여물어가는 소리에 마냥 가슴이 설렌다. 가을에는 가만히 턱을 괴고 생각해 보자. '나는 얼마나 잘 여문 씨앗이 쏟아질까'를.
이준관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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