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비밀
비밀
시장에 갑니다. 할아버지 손잡고 갑니다.
좁은 길 돌고 돌아 발길이 멈추는 곳.
나란히 앉습니다. 마주보며 웃습니다.
-막걸리 한 잔, 천 원! -순대 반 접시, 천 원!
할머니한테는 비밀입니다. 엄마한테도 비밀입니다.
―강지인 (1968~ )
시장 골목 가게에 할아버지와 손자가 나란히 앉아 마주 보며 웃는 모습이 떠올라 흐뭇한 미소가 나온다. 할아버지가 드시는 막걸리 한 잔, 아이와 함께 먹을 순대 반 접시지만 이런 성찬이 어디 또 있을까. 할아버지와 손자가 서로 사랑하는 마음, 그것은 값으로 따질 수 없을 터이다.
할아버지는 좋아하는 약주도 드시고 손자에게 맛있는 것도 사주고 싶지만 돈이 없다. 겨우 할머니한테서 받아쓰는 용돈 몇천 원! 그 돈으로 시장 허름한 가게에 손자를 데리고 와 마주앉았다. 그러나 걱정이다. 술을 드시지 말라고 한 할머니가 알면 큰일일 텐데. 아이는 아이대로 걱정이다. 위생상 나쁜 음식을 먹었다고 엄마한테 혼날 텐데…. 할아버지와 손자만의 아름다운 비밀은 흐뭇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릿하다. 이준관 아동문학가
|
'詩, 詩調. 童詩, 漢詩 > 가슴으로 읽는 동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0) | 2013.11.07 |
---|---|
까치집 (0) | 2013.10.31 |
엄마 이름 (0) | 2013.10.12 |
나 거꾸로 들고 톡톡 털면 (0) | 2013.10.04 |
고욤나무 아래에서 (0) | 2013.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