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옆
옆
하얗게 눈 덮인 들판에 보리싹 하나가 삐죽
에고, 추워 어깨를 비비자 그 옆 보리싹 하나가 또 삐죽
그 옆의 옆이 자꾸 삐죽삐죽
옆이 있어 추운 겨울을 나는 보리들
전학 간 짝꿍 생각난다.
-김유석 (1960~ )
보리는 찬바람에 모두 꽁꽁 얼어붙어도 결코 얼지 않는다. 눈이 무릎까지 쌓여도 가장 먼저 눈을 녹이고 삐죽 싹을 내민다. 겨울에도 어린싹을 만들어 봄을 준비하는 보리, 그러기에 보리밭에 가장 먼저 봄이 찾아온다. 종다리는 하늘 높이 솟아 봄을 알리고 보리밭에 둥지를 만들어 뽀얗고 하얀 알을 낳는다. 봄의 알을.
그런 보리들도 혼자 겨울을 나는 게 아니다. 눈 덮인 들판에 보리싹 하나 솟아 춥다고 어깨를 비비면 그 옆에서 보리싹 하나 삐죽 솟는다. 자꾸 옆에서 삐죽삐죽 보리싹들이 솟아 서로 어깨를 기대고 함께 겨울을 난다. 어디 보리뿐이랴. 우리도 옆이 있어야 추운 겨울을 따스하게 날 수 있다. 동해안에 엄청난 폭설이 쏟아져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눈 덮인 속에서도 푸른 봄은 보리싹처럼 삐죽삐죽 솟아날 것이다. 우리가 '옆'이 되어준다면.
이준관 아동문학가
|
'詩, 詩調. 童詩, 漢詩 > 가슴으로 읽는 동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가 봄을 느낄 때 (0) | 2014.03.01 |
---|---|
맨드라미 (0) | 2014.02.22 |
졸업식장에서 (0) | 2014.02.13 |
지구 저쪽에는 (0) | 2014.02.08 |
새해 (0) | 2014.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