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 침묵을 들추다
저쯤 떨어진 곳에 운동장이 펼쳐져 있고, 아이들이 그 한복판으로 몰려가고 있다.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함성이 분수처럼 솟지만, 이곳까지는 멀어 소란이 이르지 못한다. 아이들이 노는 풍경을 바라보니 그곳은 몸짓만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무언극의 무대 같다. 아이들의 무대 위를 '헐거운 한낮'이 지나가고 있다.
우리들의 낮밤 생계를 누군가 멀찌감치 물러서서 바라본다면 아마도 무언극 같지 않을까. '나'와의 주관적 관계에서 벗어나 '나'를 바라본 적이 없었으니 알 수 없으나, 아마도 그런 윤곽 아닐까. 몽유(夢遊) 같지 않을까. 우리 살고 있는, 살다 간 자리가 "천만번 허물어뜨렸으나 끝끝내 윤곽으로 남는 모래 얼굴" 같지 않을까. 아뜩하지만 이처럼 생각하니 삶에 대한 시야가 새로이 트이는 것 같다.
문태준 | 시인 [출처] 프리미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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