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시2

누졸(陋拙)

무너미 2014. 8. 3. 05:50

 

 

 

가슴으로 읽는 시 누졸(陋拙)

 

         ▲김현지

누졸(陋拙)

 

누졸하다고 하는 마음은 무엇인가

시는

단벌처럼 빗소리 걸치고 있는 가문비나무 옆에

대문도 없이 누졸하게 지은 초옥

그 초옥에 지붕마저 없다면 얼마나 좋은가.

 

―조정권(1949~ )

 

어떤 시는 삶의 자세를 가다듬게 한다. 매무시를 고치게 한다. 물론 이 시는 '시(詩)'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하지만 산란하고 상스러운 마음을 수습하게 한다. 가문비나무가 있다. 그 가문비나무는 오직 빗소리를 한 벌의 옷으로 소유하고 있다. 또 그 가문비나무 옆에는 갈대로 지붕을 인 초옥(草屋)이 있다. 대문이 없는, 아마도 한 칸밖에 안 되는 작은 초가집일 것이다. 시인은 하늘을 가릴 지붕마저 없다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한 형편의 시, 그러한 형편의 마음이 극상(極上)의 것이라고 말한다.

 

시인은 다른 시에서 "바위가 하신 말씀. / 두문불출이 아니라 / '개문불출(開門不出)'. / 나는 문 열어놓고 살지만 나가진 않네."라고 썼다. 세상이 속악할수록 정신을 높게 지키기는 어렵다. 말라서 꺾일망정 홀로 깨끗함을 지키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가.

 

문태준 | 시인

 

[출처] 프리미엄조선

 

 

 

'詩, 詩調. 童詩, 漢詩 > 가슴으로 읽는 시2'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신이 아니더면  (0) 2014.08.18
종소리  (0) 2014.08.11
침묵을 들추다  (0) 2014.07.25
문간방  (0) 2014.07.16
노숙  (0) 2014.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