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할아버지는 풀을 벨 때
할아버지는 풀을 벨 때
먼저 우거진 풀을 휘휘 흔듭니다.
메뚜기들 후드득 논으로 날아가라고
개구리가 펄쩍 논두렁을 뛰어넘으라고
뱀이 똬리 풀고 스르륵 도랑으로 들어가라고
"자, 벱니다."
소리 한 번 올리고 할아버지는 낫질을 시작합니다.
ㅡ박소명(1962~ ) ▲일러스트 : 이철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람의 생명이다. 어디 사람뿐이랴. 작고 하찮은 것일지라도 살아 숨 쉬는 생명은 모두 소중한 법이다. 그러기에 예전에 어른들은 아이들이 개구리 한 마리라도 죽이면 천벌을 받는다고 야단을 쳤다. 꽃 한 송이, 나무 한 가지라도 함부로 꺾지 못하게 했다.
할아버지는 풀을 베기 전에 휘휘 풀을 흔든다. 낫으로 생명 있는 것들을 해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풀을 휘휘 흔들어 메뚜기랑 개구리랑 뱀이랑 모두 보낸 다음에 "자, 벱니다" 하고 소리 한 번 더 올린다. 행여 생명 있는 것들이 남아 있을까 봐서다.
요즘 우리 사회는 사람의 생명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하찮은 미물(微物)의 생명도 소중하게 대하는 '할아버지 마음'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이준관 아동문학가 [출처]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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