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동시

꽃을 보려고

무너미 2016. 2. 24. 17:08

[가슴으로 읽는 동시] 꽃을 보려고


일러스트 : 이철원

꽃을 보려고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고

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립니다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잎을 보려고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립니다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엄마를 만나려고

내가 먼저 들에 나가 봄이 됩니다

 

정호승(1950~ )




어느새 우수가 지나 봄의 문턱이다. 땅속에서 개구리도 겨울잠에서 깨려고 몸을 꿈틀거리고 꽃씨들도 꽃을 피우려고 발을 꼼지락거린다. 봄은 언제나 그렇듯 오랜 기다림 끝에 온다. 우수가 지나면 우리는 '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리고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야 한다.

 

봄을 가장 기다리는 것은 어쩌면 아이들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아이들이 눈밭을 퐁퐁 뛰어다니던 발자국에서 가장 먼저 눈이 녹는다. 그리고 그 자리에 아이들 발자국 모양의 민들레가 가장 먼저 노랗게 핀다. 아이들은 좀이 쑤셔 방에 앉아서 봄을 기다리지 못하고 이 동시처럼 '먼저 들에 나가 봄'이 된다. 꽃씨 속에 숨어 있는 '봄의 엄마'를 만나려고.

 

이준관 아동문학가

[출처]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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