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동시

저녁에 돌아오시는 아빠

무너미 2016. 2. 10. 11:04

[가슴으로 읽는 동시] 저녁에 돌아오시는 아빠


저녁에 돌아오시는 아빠

 

우리 동네 전철은 화곡 전철역

그 역에 해가 저물면

높은 가로등 전깃불이 들어오고

 

환한 전깃불이 하늘에 들어오면

엄마는 찌개를 끓이시고

찌개가 다 끓으면

 

오신다고 하신 아빠가

가방을 들고

귀뚜라미 초인종을 누르지요

 

나는 누워 있어도 다 알아요

아빠가 들어오실 때

아빠 웃는 마음 엄마 뛰는 마음

 

고형렬(1954~ )

           ▲일러스트 : 송준영


저녁은 언제나 우리들 마음을 설레게 한다. 기다리는 사람이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늘이 저녁놀에 빨갛게 물들어가고 저녁 별이 하나 둘 돋아날 때면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저녁 하늘을 바라보게 된다. 가로등에 전깃불이 들어오고 집집마다 분꽃 같은 불이 켜지는 저녁. 돌아오는 사람의 발소리가 들리고 구수한 찌개 냄새가 나는 저녁. 그런 저녁이 있어 우리는 행복한지도 모른다.

 

이 동시 속의 아빠도 기다리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서둘러 전철을 타고 왔을 것이다. 그리고 '웃는 마음'으로 귀뚜라미 초인종을 눌렀을 것이다. 엄마는 '뛰는 마음'으로 대문을 열어주었을 것이다. 올해에도 집집마다 반가운 '귀뚜라미 초인종 소리가 들리는 저녁'이었으면 좋겠다.

 

이준관 아동문학가

[출처]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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