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조] 시간강사와 뱀의 질주
시간강사와 뱀의 질주
중앙선쯤
가로막
꾸뭇꾸뭇
뭣인가
비슬비슬
길 비튼다
얼룩덜룩
무던한 것
한복판
처절한 지점
고심(苦心) 따윈
금물이다.
―김주석(1970~)
▲일러스트 : 이철원
사람의 자리였던 일자리가 기계의 자리로 바뀌고 있다. 무한경쟁을 부추겨온 사회가 이제는 기계에 상위 포식자 자리를 내줄 판이다. 사라질 직종이 수두룩한데 시간강사도 보따리를 빨리 싸야 할 것 같다. 지금도 불안정한 직업군 상위에 속하는데 교수도 대체할 기계 세상이 도래한다니 시간강사야 말할 나위가 없겠다.
'시간강사와 뱀의 질주'는 그런 생의 '처절한 지점'을 건너는 중이다. '질주'와 덜 어울리는 뱀도 당장 달려야 살 처지라면 죽을 힘으로 '질주'할 것이다. 그것도 '중앙선쯤 가로막'에서 '비슬비슬' 가는 중이니 절체절명에 처한 셈. 강의만 주면 원근(原根) 안 가리고 가야 할 시간강사를 겹쳐놓은 것은 위기감 때문이리라.
학위를 받아도 강의 경력 많이 쌓아도 안 끝나는 고난의 행군. '얼룩덜룩/무던한 것'도 제 색깔 드러내기 어려운 시간강사 처지와 비슷하다. 그런 한복판이면 '고심(苦心) 따윈' 당연히 '금물이다'. 그래도 아이 웃음 그리며 오늘도 '질주'한다고….
정수자 시조시인
[출처]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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