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모과 따던 날
모과 따던 날
온 가족이 모였어
바지랑대 끝에 주머니 달아
아빠는 따고
엄마는 받고
나는 이리저리 쏘다니며
히히, 감독하고
할머니는 광주리에
칭찬의 말도 함께 넣으셨어
"누가 모과를 못생겼다 했누."
"모과차 담아야지."
"흠, 흠, 향기 좋다."
우리 선생님 보셨다면
모과 엉덩이 톡톡 두드려 주시고
"최고예요."
숙제 도장 '콩' 찍어주셨을 거다.
거봐, 모과야!
바람 불던 날 울더니, 참길 잘 했지?
―박미림(1964~)
가을 서리가 내리면 더욱 노랗게 물드는 모과는 향기가 참 좋다. 모과 향기는 가을의 향기다. 모과는 생김새가 울퉁불퉁 못생겼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뒤통수가 툭 튀어나온 짱구 머리 귀여운 개구쟁이를 똑 닮았다.
모과 따는 날, 아이는 히히거리며 이리저리 참견하고 다닌다. 그런 아이도 모과를 닮았다. '최고예요' 하고 엉덩이 톡톡 두드려 주고 숙제 도장 '콩' 찍어주고 싶은 모과. 어쩌면 가족들은 아이에게도 그런 숙제 도장 '콩' 찍어주고 싶었을 것이다. 못생겼지만 가을의 향기로 가득한 모과. 그것은 '바람 불던 날 잘 참고 견딘' 결과일 것이다.
이준관 아동문학가
[출처]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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