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나뭇잎 편지
나뭇잎 편지
오늘 우편함에는
반가운 편지가 온 듯
나뭇잎 한 장이 와 있습니다.
봄부터 여름 지나 지금까지
이 편지를 쓴
나뭇가지를 생각합니다.
햇빛과 새소리
바람과 빗방울로 쓴
푸른 글씨를 들여다봅니다.
이 편지를 배달해 준
바람을 생각합니다.
잎맥에 그려진 지도를 따라
이 집 저 집 기웃거리고
창문을 들여다보고
길에서 굴러다니며 길을 물어
우리 집을 찾았겠지요.
펜으로 쓴 글자는 없지만
나뭇잎 편지에는
숲 냄새 가을 소식이 가득합니다.
―김기택 (1957~)
▲일러스트 : 이철원
가을이 저물어가는 이때쯤이면 우리는 '나뭇잎 편지'를 받아든다. 나뭇가지가 봄에서 가을까지 '햇빛과 새소리/바람과 빗방울'로 쓴 편지, '숲 냄새 가을 소식'으로 가득한 나뭇잎 편지를 받아든다. 우리는 푸른 글씨를 들여다보며 편지를 써서 보낸 '나뭇가지의 고운 마음'을 생각한다. 그리고 가을 소식이 담긴 편지를 힘들게 배달해준 '바람의 고마움'을 생각한다. 저녁놀처럼 빨갛게 물든 편지지에 가을 소식이 가득 적힌 나뭇잎 편지. 그 '나뭇잎 편지'를 고이 책갈피에 끼워 두면 가을도 어느새 저문다.
이준관 아동문학가
[출처]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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