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수태골에서
수태골에서
날도래야 강도래야 미안해 난 너희들이 사는 줄 몰랐어.
각다귀야 깔다귀야 미안해 난 너희들의 집인 줄 몰랐어 정말 미안해.
이사 가지 말고 여기에 그냥 살아 비누로 손 안 씻을게.
―안영선(1950~ ) 무더위가 슬슬 쌓이는 철이다. 계곡은 시원한 물과 그늘을 벌써 마련해 놓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미세 먼지로 신경이 곤두선 사람들이 계곡을 찾아가 물장구치며 동심에 젖기도 하고, 마음에 낀 때도 씻어낼 것이다. 그러기 전에 할 일이 있다. 환경오염 시키던 손을 씻어야 한다. '미안해, 미안해, 정말 미안해' 하며 계곡에서 비누로 손 씻는 '마음의 손'을 씻어야 하리. 그래야 물이 맑고 깨끗한 얼굴로 반길 것이다. 날도래, 강도래, 각다귀, 깔다귀들의 집도 더럽히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이사 가버리면 골짝물의 얼굴이 어두워져 맑은 표정으로 반겨 줄 수 없을 것이니.
박두순 동시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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