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동시2

누가 훔쳐갔음 좋겠다

무너미 2017. 5. 17. 08:10


[가슴으로 읽는 동시] 누가 훔쳐갔음 좋겠다


 ▲일러스트 : 이철원


누가 훔쳐갔음 좋겠다

 

한 대학생 누나

너무 배고파

메추리알, 우유, 김치, 핫바

6,650원어치 훔쳤다고 한다.

설 때도 고향집에

아무도 없는 누나,

누나의 가난을

누가 훔쳐갔음 좋겠다.

누나의 슬픔을

누가 훔쳐갔음 좋겠다.

 

이화주(1948~ )

 

가난과 슬픔을 훔쳐간다? 참 이상한 도둑도 다 있다. 돈도 안 되는 걸 훔쳐가는 바보 같은 도둑. 따져보니 결코 바보 도둑이 아니다. 홍길동보다 더 의적(義賊)이다. 모진 굶주림에서 풀려나려고

6650원어치 훔쳤다가 잡혔다는 뉴스에 접한 시인의 가슴도 아프다. 부모 형제도 없이 찌들게 가난한 여대생. 슬프기까지 한 여대생의 가난을 해결해 줄 길은 없을까? , 있다. 가난을 누군가 훔쳐가면 되겠다. 슬픔도 훔쳐갔으면 좋겠다. 가슴 찡한 동심적 상상력에 짝짝짝, 박수가 절로 핀다. 어서 빨리 가난과 슬픔을 훔쳐가는 도둑이 들끓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세상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가난과 슬픔이 꼬리를 감추게. 청년 실업자 100만명의 가난도 사라지게. 생각만 해도 하하, 유쾌한 웃음이 터진다.

 

박두순 동시작가

출처 : http://new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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