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편지
편지
썼다간 찢고 찢었다간 다시 쓰고,
무엇부터 적나 눈을 감으면,
사연보다 먼저 뜨는 아, 그리운 모습.
―최계락(1930~1970) 요즘 같은 세상에 무슨 손 편지냐고? 손 전화 메시지나 이메일로 보내면 금방 탁 날아갈 건데…. 편지를 쓰고, 넣고, 봉하고, 부쳐야 하는, 아이고 번거로워라, 구석기시대 생활을 왜 하느냐고? 요령부득인가? 편지는 이메일이나 메시지로 진화(?)하며 짧아지고 간편해졌다. 수고로움이 거의 덜어졌다. 그런데 편지 한 통 쓰기까지 정성의 무게는 어쩌나. 정성은 사람 냄새다. 편지가 거의 사라졌다. 편지에 밴 사람 냄새도 증발했다.
정성 들여 쓴 손 편지에는 사람 무늬와 온기가 담기고, 여운이 서린다. 편지를 쓰면 벅찬 감정에 쓰고 찢기를 되풀이한다. 무슨 얘기를 먼저 적을까 눈 감고 생각에 잠기노라면, 사연보다 먼저 얼굴이 둥실 떠오른다. '아,/ 그리운 모습.' 새해에는 편지로 그리운 이에게 가슴속 온기도 실어 보내고, 사람 냄새 좀 피우며 사는 게 어떨까. 따사로운 인간 세상이 한발 더 다가오게.
박두순 동시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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