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눈 위를 걸어 봐
눈 위를 걸어 봐
온 세상이 새하얀 눈 위를 걸어 봐
똑바로 똑바로 걸었는데도 뒤돌아보면 내가 온 발자국은 활이 되었다
참 이상하다 분명 똑바로 걸어왔는데?
아빠는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그 봐라, 네 생각이 모두 바른 것 같지만 눈 위의 발자국과 같은 거란다."
―엄기원(1937~ ) 정신이 번쩍 든다. 내 생각이 다 바르다고 여겼는데, 똑바로 걸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눈길을 걸어보니 그게 아니네! 눈 위의 활처럼 휜 발자국을 보니. 분명 바르게 생각하며 걸어왔다고 자신했는데, 옳다고 믿은 생각의 손을 잡고 걸은 길이 이리도 굽어 있다니. 깜짝 놀라게 한다.
그렇구나. 내 생각만 빳빳이 내세우는 건 위험하구나. 새삼스럽지만 지금부터 걷는 걸음엔 생각의 발자국을 제대로 놓아야겠다. 시인이 던진 '눈밭의 경고'를 어린이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마 크게 놀라지 않을 것 같다. 아직은 비딱하게 살아온 일이 없을 테니까. 어린이 앞날에 고운 무지개를 깔아주려는 시인의 마음이 도드라져 보인다.
박두순 동시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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