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동시2

눈 위를 걸어 봐

무너미 2018. 1. 18. 20:41


[가슴으로 읽는 동시] 눈 위를 걸어 봐

 

눈 위를 걸어 봐

 

온 세상이 새하얀

눈 위를 걸어 봐

 

똑바로 똑바로 걸었는데도

뒤돌아보면

내가 온 발자국은

활이 되었다

 

참 이상하다

분명 똑바로 걸어왔는데?

 

아빠는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그 봐라,

네 생각이 모두 바른 것 같지만

눈 위의 발자국과 같은 거란다."

 

엄기원(1937~ )

정신이 번쩍 든다. 내 생각이 다 바르다고 여겼는데, 똑바로 걸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눈길을 걸어보니 그게 아니네! 눈 위의 활처럼 휜 발자국을 보니. 분명 바르게 생각하며 걸어왔다고 자신했는데, 옳다고 믿은 생각의 손을 잡고 걸은 길이 이리도 굽어 있다니. 깜짝 놀라게 한다.

 

그렇구나. 내 생각만 빳빳이 내세우는 건 위험하구나. 새삼스럽지만 지금부터 걷는 걸음엔 생각의 발자국을 제대로 놓아야겠다. 시인이 던진 '눈밭의 경고'를 어린이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마 크게 놀라지 않을 것 같다. 아직은 비딱하게 살아온 일이 없을 테니까. 어린이 앞날에 고운 무지개를 깔아주려는 시인의 마음이 도드라져 보인다.

 

박두순 동시작가

출처 : http://news.chosun.com/


'詩, 詩調. 童詩, 漢詩 > 가슴으로 읽는 동시2'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느낌  (0) 2018.02.01
너무 많은 걸 넘겨주었다  (0) 2018.01.25
햇볕 사용료  (0) 2018.01.11
편지  (0) 2018.01.04
배추흰나비  (0) 2017.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