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헌기도/이해인 -김수환 추기경님을 보내며
매화 향기 속에 잔기침 하시는 이른 봄의 하느님 그동안 정이 너무 많이 들어서 이별이 쉽지 않는 지상의 한분을 보내며 울고 또 울어도 눈물이 많이 남아 걱정입니다 세상을 떠나시며 모든 이를 하나로 묶어주고 죽음의 침묵 속에 눈부신 생명의 말을 꽃피운 우리의 아버지를 받아주십시오 스스로를 서슴없이 바보 라고 말 했던 현자 자신에겐 엄하고 남에겐 관대했던 사랑의 성자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을 아름다운 당신의 나라에 받아주십시오 순결한 눈꽃 위로 횐 제의 입고 먼길 떠나신 분의 천상 잔치에 우리도 참석해 새 삶을 다짐하는 미사곡을 불러야겠습니다 그리움으로 길게 이어지는 추모의 물결이 땅에서 하늘까지 닿는 기적을 보고 행복했습니다 이제는 이 물결이 서로를 챙겨주는 사랑의 축제로 일상의 삶에서 더 길게 이어지는 기쁨을 보게 하소서 더 늦기 전에 용서하고 화해하라는 눈물의 가르침을 주신 큰 스승 위해 슬픔의 고별식에서 흘리는 우리의 눈물이 꽃보다 향기로운 마지막 기도이게 하소서 죄를 짓지 않고 선하게 살겠다는 하늘 빛 봉헌기도이게 하소서
조선일보에서 옮겨온 글(2009.2.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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