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만일에
▲일러스트 : 이철원 |
만일에
만일에 여름이 없다면 매미 소리를 어디서 들을 수 있겠어요. 송사리나 피라미는 후두둑 쏟아지는 소나기의 줄기를 볼 수도 없고 흔들리는 미루나무의 가지도 싱겁기만 할 거예요. 만일에 여름이 없다면 저 푸른 산,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보람도 없이 흐르고 저 혼자 흘러내리기만 하고, 만일에, 만일에 여름이 없다면 빨간 고추는 누가 만들고 포도알엔 누가 향기를 쏘옥쏘옥 디밀겠어요.
여름이 없다면 어떻게 파도 소리, 물보라치는 여름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어요.
―이탄(1940~2010) 오늘은 유월의 첫날, 여름의 시작이다. 올여름도 어김없이 매미는 분수처럼 여름의 노래를 뿜어내고 소나기는 푸른 벼들을 '쑤욱쑥' 자라게 할 것이다. 미루나무는 푸른 잎새 반짝이며 하늘에 머리가 닿을 듯 성큼성큼 자라고 포도알엔 알알이 여름의 햇빛과 향기가 스며들 것이다. |
여름은 아이들에게도 초록빛 생명과 성장의 계절이다. 매미채를 들고 들판을 달리는 아이들이 옥수수처럼 '우쑥우쑥' 자라는 여름. 바닷가에서 아이들이 푸른 파도와 뒹굴며 어린 고래처럼 커가는 여름. 시인의 말대로 만일에 여름이 없다면 누가 열매를 만들고, 누가 그 열매 속을 맛과 향기로 가득 채우겠는가.
이준관 아동문학가
[출처]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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