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동시

그림자

무너미 2016. 5. 25. 07:03

[가슴으로 읽는 동시] 그림자

 

그림자

 

해가 나면 눈이 부셔

내 뒤로 숨는 아이.

보일 듯 말 듯

키도 내 키보다

큰 듯 작은 듯

내 앞으로 걸어나와

나보다 먼저

갈 듯 말 듯

부끄러워 망설이는 아이.

혼자 걷는 길

해가 길면 길수록

집이 멀면 멀수록

내 뒤에서 든든한 아이.

한 번쯤 보고 싶은

그 얼굴.

 

서지희 (1988~ )

              일러스트 : 이철원


세상은 나 혼자인 것 같아도 결코 혼자가 아니다. 밤길을 혼자 걸어도 별이 말없이 나를 지켜보고, 산비탈을 혼자 오를 때 손을 뻗으면 말없이 나무가 내 손을 잡아준다. 그림자 또한 그러하다. 혼자 외로워 휘파람 불며 가면 '힘내! 내가 있잖아' 하듯 나를 말없이 따라온다.

 

그림자는 내 뒤로 숨기만 하는 부끄러움 많은 아이다. 그러나 혼자 걷는 길집이 멀면 멀수록 내 뒤에서 든든하게 따라와 준다. 그림자는 언제나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말없이 착한 일을 하고 얼굴도 이름도 보여주지 않는 사람처럼 그림자는 늘 뒷모습만 보여준다. 이런 그림자 친구 하나 곁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마음 든든한 일인가.

 

이준관 아동문학가

[출처] 조선닷컴


'詩, 詩調. 童詩, 漢詩 > 가슴으로 읽는 동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래 그림 그리기  (0) 2016.06.08
만일에  (0) 2016.06.01
손 내밀걸  (0) 2016.05.18
엄마의 향수  (0) 2016.05.11
난 어린애가 좋다  (0) 2016.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