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이사 온 날
이사 온 날
우리 집은
바다가 보이는 15층
바다는 우리 집 마당이었다.
전세금 못 올려줘
1층으로 이사 온 날
바다를 잃었다고
슬퍼하던 엄마
아파트 화단 꽃을 보고
소리쳤다.
"어머나!
꽃밭을 얻었네."
―김자미 (1968~)
▲일러스트 : 이철원
정든 곳을 떠나야 하는 이사는 마음 아픈 일이다. 전세금 때문에 지금 사는 곳보다 더 형편이 좋지 않은 곳으로 이사 가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헤어지는 일이 아쉽기는 하지만 이사가 마냥 슬픈 일만도 아니다. 새로 이사 가는 동네와 친구들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있어서다.
그러나 엄마는 다르다. 오른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해 '바다가 보이는 15층에서 1층으로 이사 온 심정'이 오죽하랴. 하지만 마음 아픈 일도 뜻밖의 기쁨으로 바뀌는 법. "어머나! 꽃밭을 얻었네"에서 엄마의 기쁨을 읽는다. 새로 얻은 '꽃밭'에 나비도 날아와 앉을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소리칠 것이다. "어머나! 나비 친구를 얻었네."
이준관 아동문학가
[출처]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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