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땅의 은하수
땅의 은하수
이름엔 별이 들었어도
빛나지 않는
별꽃.
가장 작고
가장 아래에 있어
잘
봐 주지도
알아주지도 않지만
고 작은 꽃을 보려고
허리 굽히고
고개 숙이는 사람은 알지.
총총
바닥에 깔린
작고 하얀 꽃들이
땅의 은하수라는 걸.
―정진숙(1954~)
▲일러스트 : 송준영
여름밤에 수박을 먹으면서 수박씨처럼 총총 박혀 있던 별을 보며 '별 하나 나 하나' 세던 어린 시절. 메밀꽃밭 같은 은하수를 보며 어머니 무릎을 베고 잠들던 여름밤의 마당이 새삼 그립다. 하지만 지금은 빛의 공해로 은하수를 보기가 어려워졌다. 이 동시처럼 이제는 하늘의 은하수 대신 '땅의 은하수'를 보아야겠다.
시인은 '총총 바닥에 깔려 피는 작고 하얀 별꽃'들을 '땅의 은하수'라고 말하고 있다. 가장 아래에 있고 빛나지도 않는 고 작은 꽃을 보려고 '허리 굽히고 고개 숙이는 사람'만이 알 수 있다고 했다. 어디 별꽃뿐이랴. 풀꽃들은 모두 은하수일 터. 올여름에는 땅에 총총 핀 은하수를 보자. 겸허하게 허리 굽히고 고개 숙여.
이준관 아동문학가
[출처]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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