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동시

김장하는 날

무너미 2016. 12. 14. 19:55

[가슴으로 읽는 동시] 김장하는 날


김장하는 날

 

어미 까치 깍 깍 깍 깍

사람들 불러 모으면

마당에는 배추가 쌓이고

어머니는 종종걸음

누렁이도 덩달아 촐랑촐랑

 

고춧가루와 싱싱한 보리새우

시원한 무가 어우러져

새빨간 배춧속이 만들어지면

 

어린 동생들은

배추 한입 먹고 맴맴

냄새 맡은 강아지도

꼬리 물고 깽깽

 

사랑으로 버무린

맛깔스런 김치 켜켜이 담아

땅속 깊이 묻으면

땅거미가 몰려오고

 

허리 펴신 어머니

흐뭇한 미소로

먼 하늘

올려다봅니다

 

조소정(1963~)

일러스트 : 이철원


김장하는 날은 며칠 전부터 부산하다. 서리를 맞아 더욱 단맛이 든 배추를 씻어 소금물에 간을 재고 온갖 양념을 버무려 배춧속을 만든다. 김장하는 날은 이웃이 김장을 거들려고 모여들고 아이들과 강아지는 잔칫날처럼 들떠서 설렌다.

 

금방 버무린 배추 한입 먹고 아이들은 마당을 맴돌고 강아지도 촐랑촐랑 뒤따른다. 땅속 깊이 김칫독을 묻으면 어느새 땅거미가 몰려오고 어머니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먼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 먼 하늘에 눈이라도 올 듯 눈구름이 몰려오면 겨울은 비로소 시작된다.

 

이준관 아동문학가

출처 : http://news.chosun.com/


'詩, 詩調. 童詩, 漢詩 > 가슴으로 읽는 동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할머니 마음  (0) 2016.12.28
겨울방학 하는 날  (0) 2016.12.21
아가 구두  (0) 2016.12.07
수제비  (0) 2016.11.30
나뭇잎 편지  (0) 2016.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