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동시

할머니 마음

무너미 2016. 12. 28. 09:35

[가슴으로 읽는 동시] 할머니 마음

 

할머니 마음

 

이른 새벽부터

시골 할머니 댁에

함박눈이 내렸다

 

눈이 많이 와서 우야노?

할머니가 걱정하며 물었다

 

눈이 녹으면 올라가죠, .

마당에서 눈을 쓸던 아빠가 대답했다

 

그래도 개얀나?

할머니가

두부찌개를 끓이겠다며

얼른 부엌으로 들어갔다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윤보영(1961~ )

  ▲일러스트 : 이철원


시골집에 찾아온 아들이 하루라도 더 머무르다 가기를 바라는 '할머니 마음', 그 마음을 알아채고 한동안 멈췄다가 '다시 내리기 시작'하는 함박눈. 그런 눈 오는 날 아침 풍경이 '할머니가 끓이는 두부찌개'처럼 따스하고 포근하다. "그래도 개얀나?" 하는 할머니의 정겨운 말씨 속에 아들을 하루라도 더 붙잡아 두고 싶은 '할머니 마음'이 함박눈처럼 소복이 담겨 있다.

 

할머니가 끓인 두부찌개 앞에 마주 앉았을 할머니와 아들 그리고 손주들. 반가운 소식을 입에 물고 날아오는 까치들처럼 펄펄펄 내리는 함박눈.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시작되는 때면 새삼 그리워지는 풍경이다. 밝아오는 새해는 '눈 오는 아침'처럼 따스하고 훈훈한 풍경으로 찾아왔으면 좋겠다.

 

이준관·아동문학가

출처 : http://new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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