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할머니 마음
할머니 마음
이른 새벽부터
시골 할머니 댁에
함박눈이 내렸다
―눈이 많이 와서 우야노?
할머니가 걱정하며 물었다
―눈이 녹으면 올라가죠, 뭐.
마당에서 눈을 쓸던 아빠가 대답했다
―그래도 개얀나?
할머니가
두부찌개를 끓이겠다며
얼른 부엌으로 들어갔다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윤보영(1961~ )
▲일러스트 : 이철원
시골집에 찾아온 아들이 하루라도 더 머무르다 가기를 바라는 '할머니 마음', 그 마음을 알아채고 한동안 멈췄다가 '다시 내리기 시작'하는 함박눈. 그런 눈 오는 날 아침 풍경이 '할머니가 끓이는 두부찌개'처럼 따스하고 포근하다. "그래도 개얀나?" 하는 할머니의 정겨운 말씨 속에 아들을 하루라도 더 붙잡아 두고 싶은 '할머니 마음'이 함박눈처럼 소복이 담겨 있다.
할머니가 끓인 두부찌개 앞에 마주 앉았을 할머니와 아들 그리고 손주들. 반가운 소식을 입에 물고 날아오는 까치들처럼 펄펄펄 내리는 함박눈.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시작되는 때면 새삼 그리워지는 풍경이다. 밝아오는 새해는 '눈 오는 아침'처럼 따스하고 훈훈한 풍경으로 찾아왔으면 좋겠다.
이준관·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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