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모과
모과
하느님이 물었지
얼굴을 가질래? 향기를 가질래?
난 향기를 가지기로 했어
자, 맡아 봐 내 향기!
-김현숙(1960~ ) 하느님이 모과를 꺼내놓고 슬쩍 떠봤지. 얼굴을 가질래? 향기를 가질래? 얼굴은 예쁜 얼굴을, 향기는 마음의 아름다움을 말함은 물론이다. 어? 뜻밖이다. 외모 중시 세상에 향기를 가지겠다니. 기특해라, 그럼 향기를 가져. 울퉁불퉁한 모과지만 향기 하나는 품질 보장이다. 못생겼으면서도 사랑을 듬뿍 받는 이유이다. 향기는 물론 내면의 향기다.
하느님이 내면 향기를 새삼 우리 앞에 내밀어 보인 것이다. 외모만 따지지 말고 향기가 있는지 스스로를 좀 들여다보라고. 어디 마음이 쓴가, 짠가, 단가, 매운가, 킁킁 쩝쩝 맛보고 냄새도 맡아보시라고. 얼굴만으로는 온전한 사랑을 차지하기 어려우니. 진정한 사랑은 마음을 얻어야 오래간다며. 동화적인 시가 던진 짭짤한 삶의 이치다.
박두순·동시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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